추천사

이충만(고려신학대학원 교의학 조교수)

 교회는 하나님 말씀의 가르침을 공적으로 고백하며 세워집니다. 말씀의 가르침에 대한 교회의 공적 고백이 신앙고백문서입니다. 네덜란드신앙고백서(혹은 벨직신앙고백서)도 그중 하나입니다. 로마 가톨릭에서 종교개혁의 교회로 개종한 후 칼뱅을 비롯하여 여러 종교개혁의 인물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귀도 드 브레(Guido de Brès, 1522~1567)가 작성한 네덜란드신앙고백서는 비록 한 개인의 작품이지만 도르트회의(1618-1619)에서 개혁교회의 공적 고백으로 채택되었습니다. 이 고백서가 성경의 가르침을 종교개혁의 정신을 따라 바르게 정리하여 전수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름답고 풍성한 네덜란드신앙고백서를 한국 교회의 현장에서 ‘설교’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익숙함의 문제가 있습니다. 청중의 대부분은 신앙고백문서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신앙고백문서가 성경의 가르침을 오해와 왜곡으로부터 보호하며 전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오직 성경’이라는 멋진 구호는 성도들을 신앙고백문서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끌지는 못했습니다. 낯섦과 함께 시대적 간격도 설교자에게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네덜란드신앙고백서는 1561년 당시 핍박 받던 네덜란드 신자들을 위하여 작성되었고 네덜란드 개혁교회가 공적으로 받아들인 신앙고백서입니다. 역사적 산물인 신앙고백서를 시대적 간격을 뛰어넘어 작금의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청중들에게 설득력 있게 해석하여 적실하게 설교한다는 것은 큰 부담입니다.

 한동은 목사는 이 낯섦과 간격의 문제를 신앙고백서 자체를 설교하는 것이 아니라 고백의 내용이 도출되는 성경 본문을 설교함으로써 지혜롭게 극복합니다. 성도들은 ‘오직 성경’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들어야 합니다. 유일하게 성경만이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여 모든 그리스도인이 믿고 따라야 할 규범입니다. 네덜란드신앙고백서의 권위와 가치 또한 하나님의 계시의 말씀에 의존합니다. 청중들이 신앙고백서의 낯섦을 잊고 시대적 한계를 넘어 지금도 살아 계신 하나님의 생생한 음성을 들을 수 있도록, 저자는 성경 본문을 설교하면서 청중들을 자연스럽게 신앙고백서의 ‘고백’으로 이끕니다.

 이런 시도는 쉽지 않은 도전입니다. 어느 하나가 부족할 때 설교자는 신앙고백서를 시대착오적으로 설명하게 되거나, 성경을 지나치게 교리적으로 해석하게 됩니다. 여기서 저자의 성경과 신앙고백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통찰력이 돋보입니다. 저자는 한편으로 성경 본문을 성경신학적으로 신중하게 해석하고, 다른 한편으로 신앙고백서를 교리적으로 균형 잡힌 관점에서 이해함으로써 성경의 역사적이고 문법적인 의미와 신앙고백서의 교리적 강조를 부족함이나 치우침 없이 섭렵하고 있습니다. 

 하나님 말씀의 가르침을 종교개혁 전통과 개혁주의 신앙에 근거하여 깊이 깨닫고, 배운 바를 행하며 살아가고자 하는 그리스도인이면 누구나 네덜란드신앙고백서에 대한 한동은 목사의 설교집을 통해 큰 유익을 얻을 것입니다.